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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꼰대 입니까? 나는 아닐 줄 알았지..

cheersHena 2021. 1. 2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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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 기성세대를 뜻하는 '꼰대'라는 단어는 어느덧 우리 시대의 조류를 반영하는 상징이 됐다. 본래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남자를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으나, 근래에는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사람을 의미하는 말로 변형된 속어이다. (위키백과 참조)

 

당신은 . .  꼰대입니까 ?

사랑해요 약치기그림. 

 

MZ세대의 직장인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주변에서 꼰대 찾아보기란 아주 쉽다. 대놓고 꼰대, 은근한 꼰대, 젊은 꼰대, 말이 안 통하는 꼰대, 말은 통하는 꼰대.. 까지 아주 다양한 유형의 꼰대님(?)들이 존재하고 있다. 신입이자 팀 내에선 그나마 어린 편에 속했던 나는 (아직까지는) 절대로 꼰대라고는 불릴 수 없는 자리에 있었기에 아주 안전한 위치에서 마음껏 그들을 꼰대라 손가락질했다.(물론 뒤에서) 그들은 꼰대력 원탑부터 그 뒤를 이어 줄줄이 레벨 별로 각자의 입지를 견고히 다지고 있다. 동기들끼리는 이제 눈빛만으로도 어떤 꼰대님이 얼마 큼의 꼰대력을 발휘하고 있는가에 대한 소통이 가능할 정도이다.

 

요즘은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그들도 잘 알고 있다. 어떠한 행위는 명백히 꼰대질에 속한다는 것을. 이를테면 회식 강요라던지, 본인은 절대 하지 않는 허드렛일을 아랫사람을 시킨다던지, 밑도 끝도 없이 라떼를 시전 한다던지 하는 것들이다. 모두가 알기 때문에 속으로는 아니꼽지만서도 이 아니꼬움을 표하면 본인이 꼰대라는 삿대질을 받을 것을 알기 때문에 아니꼬움을 숨기고 쿨한 척 넘어가는 경우들이 꽤 일어난다. 우리끼리 몰래 꼰대님들의 꼰대력, 발휘력, 제어력 (?) 등을 분석하는 일은 이제 소소한 재미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어딜 가든 꼰대는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만 받다가는 답이 없다. 나름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노하우를 만들어 권태를 이겨내며 순탄한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던 어느 날.

 

조금 갑작스러운 일이 일어나게 된다. 그렇다. 나에게도 후임이 생긴 거다. 사회생활 경험은 어느덧 도합 3년이 넘어가지만 한 군데 진득하게 있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어딜 가든 만년 신입 딱지를 떼지 못했었다. 그런 내가 드디어 신입 테를 벗고 선임으로서 후임을 가르치는 입장에 서게 된 것이다.

 

교육이라는 걸 하라고 하는데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가르쳐줘야 할지 막막했지만,  이것저것 알려주다 보니 가르치는 것이 비단 가르침을 받는 사람만 배우는 일이 아니더라.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함께 배워지는 것이 있었다. 이를테면 알고는 있지만 정리가 안되어 뒤죽박죽 알고 있던 지식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것도 있었고, 나는 분명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인 경우도 수두룩 했다. 이런 것들은 보통 질문을 받다 보면 들통이 나게 되는데 이걸 부끄러워해서는 안된다. 연차가 있어도 모를 수 있고 함께 공부해간다는 마인드로 임하면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꼰대 특징 중 하나는 본인이 틀린걸 수치스러워하고 인정하지 않음)

 

아무튼 그렇게 후임을 교육하는 동시에 함께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교육했던 내용에 한해서 간단한 업무 몇 가지들을 하나씩 분배하면서 일을 진행하는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후임의 같은 실수와 같은 질문이 반복되면서 사단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아주 상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두 번째. (지난번에 알려줬던 건데. 까먹을 수 있지.) 다시 알려준다.

세 번째. (음.. 두 번 알려줬던 것 같은데.. 그래. 한두 번 듣고 어떻게 다 알겠어. 나도 그랬잖아.) 다시 알려준다.  

네 번째. ..... (내가 가르치는 방식이 잘못되었나?) 제가 알려줄 때 모르겠으면 솔직히 모르겠다고 말해요. 이해 못했는데 이해했다고 하고 넘어가면 안 돼요. 다시 알려준다.  

다섯 번째. ........ 옥상으로 따라 나오세요.

 

대충 이런 패턴의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옥상 얘기는 장난) 세네 번째까지는 그래도 웃으면서 다시 알려 주었지만 그 이상 또 반복이 되니 더 이상 웃음이 나오지가 않았다. 나름 좋게 타이르는 선에서 끝을 냈지만, 내 가르침에 문제가 있었나 싶어 혼란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시간을 할애해서 성의껏 알려줬으면 적어도 한번 이상은 본인의 머리에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왜 그러지 않지? 하는 부정적인 생각도 피어올랐다. 아니..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지.. 노력.. 노오력.. 으응? ?? 나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내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던 것은 바로 꼰대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요즘 것들은 노력을 안 해요 노오력을!

유명한 꼰대 발언 음성지원이 내 귓가를 스쳐 지나가며 나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나만큼은 꼰대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꼰대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던가 말이다. 하지만 결국 나도 그들과 비스무리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떨쳐내고 다시 한번 후임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노력하고 조금 더 따듯하게 대해주려고 노력을 했지만, 결국 일이 바쁘고 예민해지는 프로젝트 오픈 시기에는 후임에게 마냥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것을 인정한다. 내 업무를 보느라 잘 챙겨주지 못했고 사소한 실수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나서야 여유가 생기면서 그간의 내 행동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신입을 데리고 실무에 투입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도움이 되어야 할 상황에서 되려 짐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경험하고 배우면서 크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신입을 실무에 투입시키는 것이다. 고백하건대 나는 그 누구보다 사고뭉치였다. 같은 실수 반복은 애교이고, 가장 중대한 실수인 데이터를 날려버리는 대역죄를 저지른 적도 있었더랬지. (그날 rm -rf (데이터 삭제 명령어)를 날린 서버가 운영기였다는 걸 깨닫고 등에서 흐르던 식은땀을 잊을 수가 없다... ) 돌이켜보니 그때 나를 데리고 있던 선임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싶다. 허허.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딱이다.

 

후임을 불러 밥을 사 먹이면서 예민하게 굴어 미안했다고,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고 달래주었다. 아니라고 하지만 눈빛에서 안도가 느껴졌다. 아마 그동안 나 때문에 많이 위축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초년생 시절, 상사의 한마디에 몇 날 며칠을 얽매여 다니곤 했다. 살짝의 짜증 섞인 한마디에도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닌지 하는 고민에 얼마나 눈치를 봤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경험상 그 원인이 나에게 있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분도 상사에게 까였다거나 집안에 무슨 일이 있다거나, 하다못해 출근길의 교통체증쯤 때문에 잠시 기분이 언짢았을지도 모를 일이며, 심지어 당사자들은 그렇게 말한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렇기에 외부에 지나치게 영향받을 필요가 없었다. 이 간단하지만 엄청난 명제를 깨달은 후에 나의 사회생활 스트레스는 크게 줄었고, 사회생활 레벨이 빠르게 올랐던 계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갓 초년생인 후임님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 리 만무하겠지. 겪어보기 전엔 와 닿지 않겠지만 그래도 내가 먼저 알려줘야겠다. 

 

나 또한 선임 경험은 처음인지라 많이 미숙하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아야 하는데. 멘탈에 여유가 없으면 종종 기분이 태도로 드러나버리고 만다. 특히 아랫사람에게 이 실수를 하기가 더 쉬울 수밖에 없더라. 이런 경험을 하면서 특히 내가 젊은 꼰대로 치부해버렸던 선배들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아아. 이렇게 꼰대가 되어가는 것인가..)

 

우리 모두 언젠가는 꼰대가 된다.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했던 한 친구는 벌써 팀장이라는 직책을 달았다.(개발자는 아니다.) 팀장이라니.. 아직까지는 내 일 하나 하기도 벅찬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위치이다. 한날은 친구가 책을 하나 추천했는데 책 이름이 '나는 꼰대로 살기로 했다'였다. 팀장이 되면서 요즘 것들(?)을 대하는 데에 많이 도움이 되었다고. 흠..?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절대로 꼰대로 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내가....  슬며시 책을 펼쳤다. 저자는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혹시 자신이 꼰대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하며 해야 할 말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꼰대가 되면 어때? 차라리 꼰대가 되자” 제안한다.

재밌는 건 나는 기성세대의 입장도, 신세대의 입장도 모두 공감이 가더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내가 딱 꼰대와 비꼰대의 기로에 서 있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책에서는 내가 규정하기 좋아하던 다양한 꼰대 유형들이 등장했는데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유형은 바로 '따꼰'이다.(따꼰은 처음 들어봤다.) 

 

이름부터 따끈함이 느껴지는 따꼰이란, 따뜻한 꼰대를 의미한다. 따꼰은 '슈퍼 꼰대'와는 엄연히 구분된다. 할 말을 하되 상대를 배려하고, 필요한 의견은 수용하며, 내가 내뱉은 말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는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꼰대’가 되자고 저자는 제안한다. 흠 사실 이 정도면 천사 수준인데 꼰대라고 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싶지만 우리 모두 언젠가는 꼰대가 된다는 점을 감안해서 언젠가 되어야만 한다면..  따꼰이 되어보도록 하겠다. 나같이 꼰대가 되어가는 기로에서 혼란스러운 분들을 위해서 공유한다.

 

따꼰에게 필요한 네 가지 마음

  • 내입장과 이익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 상대방의 의견을 수용하고 실천하는 마음

  • 자존심을 내려놓고 사람에 대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 내가 한 말과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마음

 

어차피 되어야만 하는 거라면, 따끈따끈한 따꼰이 되어보자구요.

따꼰한 밤 되시길.

 

브런치글 발췌: brunch.co.kr/@cheers-hennah/40

 

당신은 꼰대입니까?

나는 당연히 아닐 줄 알았지. | 늙은이, 기성세대를 뜻하는 '꼰대'라는 단어는 어느덧 우리 시대의 조류를 반영하는 상징이 됐다. 본래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남자를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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